한국교회가 알아 두어야 하는 무슬림들의 라마단(Ramadan) 단식
그러나, 이제 상황이 예전과는 조금 달라졌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나라는 250만에 가까운 외국인이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다민족국가(multinational state)로 들어섰으며, 이제 30여만 명의 무슬림이 우리 이웃으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제 한국 교회는 해외뿐만 아니라 이들 국내 무슬림들에게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해야 하는 사명과 책임의 거룩한 부담을 갖게 되었다. 이에 따라, 우리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이슬람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지식 없이는 지혜롭고 올바른 복음 전파가 어렵게 되었다. 이에 이슬람 세계의 ‘라마단’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고 나누면서 국내를 포함해서 지구촌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무슬림들을 향해서도 십자가의 복음을 전하는 일에 함께 하나로 일하기를 원한다.
(모스크에 불을 밝히면서 하루의 라마단 단식이 끝났음을 알리고 있다. 픽사베이)
라마단이 가진 의미
무슬림들은 이슬람력으로 아홉 번째의 달을 가장 거룩한 달로 생각한다. 아랍어에서 유래된 ‘라마단’은 이슬람의 ‘히지레’ 달력으로 아홉 번째 달을 의미한다. 이슬람교에 따르면, 라마단 월중에서도 특별히 스물일곱(27) 번째 밤[1]은 이슬람을 창시한 무함마드가 천사 가브리엘을 통해 ‘알라’로부터 첫 계시를 받던 때이다. 그래서 이날을 ‘운명의 밤’[2]으로 알려지면서 라마단 기간 총 30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날로 지켜지고 있으며[3], 무슬림 대부분은 이날을 알라의 축복과 보상이 가장 많은 밤으로 믿으면서 모스크에 모여 예배드리며 밤을 새워 기도하며 지낸다.[4](운명의 밤에 모스크에 모여 기도하며 꾸란의 ‘까디르’장을 읽는 무슬림들, www.haberturk.com)
침도 삼켜서는 안 되는 라마단 단식
이슬람 세계에서 라마단 월이 시작되면 전 세계 모든 무슬림은 한 달 내내 하루 중 일출 시각에서부터 일몰 시각까지 의무적으로 음식을 금하면서 가장 거룩하게 지켜야 한다. 그러므로, 이 기간에는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모든 음식, 음료, 흡연 등을 금하며, 또한, 폭력(싸움과 전쟁), 분노, 시기, 탐욕 등도 삼가야 하는 등 철저히 절제된 생활을 해야 한다. 심지어 침조차 삼켜서는 안 되며, 부부관계도 금한다.이 라마단 월 기간에 지키는 단식은 신앙고백, 예배, 구제, 성지순례와 더불어 모든 무슬림이 지켜야 하는 5대 의무 중 하나이며, 무슬림에게 인내와 자제력을 길러주며 소외된 주위의 사람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목적이 있다. 이 라마단 기간 중 단식 시간은 나라마다 다소 차이가 있는데, 그 이유는 이슬람 달력이 달의 모양에 따라 하루 중 단식의 시작과 끝 시간이 계산되기 때문이다.
단, 모든 무슬림이 단식을 하는 것이 의무사항이면서도 예외적으로 전쟁 중인 군인, 여행자, 어린이와 노약자, 환자,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여성, 월경 중인 여성 등은 단식 의무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라마단 기간이 끝나고 나서 채우지 못한 라마단의 단식 일수를 반드시 채우도록 하고 있다.[5]
(모스크에 모여 예배드리는 무슬림들, pixabay)
이슬람 세계의 라마단 풍경
1. 단식과 영적 생활한 달이나 지속되는 이 기간에 무슬림들은 단지 음식을 먹지 않는 금욕만이 아니라, 예배와 꾸란 낭송 등의 영적 생활에도 신경을 쓴다. 평소에는 예배에 열심을 내지 않았던 사람조차도 이 기간이 되면 빠짐없이 예배에 참석하려고 한다. 이 기간 모든 무슬림에게 꾸란 일독이 장려되기도 하며, 저녁 예배 시간 이후에는 모스크에 모여 꾸란 낭송회를 하는데 이때 많은 무슬림이 함께 모여 꾸란을 읽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이 기간에는 거리마다 색종이나 깃발 혹은 모스크 모양의 리본을 달거나 집집이 빛나는 색등을 걸기도 한다.
2. 이프따르와 싸후르
라마단 기간 중 무슬림의 하루 단식은 모스크의 ‘아잔’ 소리와 함께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서 끝이 나는데, 이 단식을 푸는 첫 음식 혹은 시간을 가리켜 ‘이프따르’라고 부른다. 모든 무슬림은 하루 중 단식이 끝나는 시간이 되면 약속이나 한 듯 이프따르 음식을 미리 차려 놓고 하루 단식의 끝을 알리는 ‘아잔’ 소리를 기다린다. 하루 내내 전혀 먹지 못한 대부분의 무슬림은 이프따르 음식을 가능하면 집에서 먹으려 한다. 이를 위해 하루의 일몰 시각이 가까이 오면, 직장이나 일터에서 많은 무슬림이 거의 같은 시간에 귀갓길에 오른다. 일분일초라도 ‘이프따르’에 늦지 않기 위해 일찍 귀가하려고 질주하지만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귀가하는 바람에 그야말로 매일 교통지옥을 방불케 한다. 물론, 이 기간에는 비공식적으로 일몰 시각 훨씬 전에 살짝 퇴근하는 공무원이나 직장인들이 적지 않지만 서로 눈감아 주는 것은 불문율로 되어 있다. 라마단 기간 하루의 이프따르가 끝날 때쯤에 거리에 나가보면 언제 교통 마비가 있었냐는 듯이 거리는 쥐 죽은 듯 조용해져 있는데, 그 이유는 거의 모두가 자기 집에서 가족과 함께 이프따르 음식을 먹고 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간만큼은 도시의 거의 모든 기능이 정지된다. 거리에는 전차나 버스도 보이지 않고 긴급한 용무의 차량만 보일 뿐이다.
(하루 중 집에서가 아니라 시청 등 공공기관에서 따로 제공하는 이프따르 식사에 참석한 시민들, 라마단 단식 기간 내내 이런 이프따르가 계속된다. pixabay)
하루 중 이프따르 식사가 끝난 뒤에는 다시 시끌벅적한 축제가 시작된다. 하루 동안의 허기진 배를 채운 무슬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산책하기도 하고, 친척과 이웃집을 방문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한다. 자정이 지나도 거리는 조용해지지 않는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하루 중 단식이 끝나면서 먹는 음식을 아랍어로 이프따르라고 한다면, 하루 중 단식을 시작하기 바로 전에 먹는 음식을 ‘싸후르’라고 부른다. 새벽이 되면 ‘메싸하라띠(Mesaharati)’라 불리는 사람들이 일출 전 마지막 싸후르 음식을 먹기 위해 일어나라고 동네 골목마다 북을 치며 다니는 전통은 이미 오랫동안 라마단 기간의 진풍경이 되었다.
라마단 기간 중 터키의 ‘메싸하라띠’들이 새벽에 동네를 돌며 일출 전 싸후르 식사를 위해 일어나라고 동네 골목마다 북을 치며 다닌다.(www.haber46.com.tr)
라마단에 대해 한국 교회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
1.무슬림을 위한 30일 기도 운동
한때 이슬람 세계의 단식 절기인 라마단 기간에 국내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는 ‘역 라마단 운동’이라는 기도 운동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그 이름이 ‘무슬림을 위한 30일 기도 운동’으로 바뀐 것을 보며 다행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런 용어들은 매우 민감해서 무슬림들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으며, 기독교에 대한 반감만 키우기에 십상이기 때문이다.필자는 20년 가까이 해외 이슬람권 현장에서 살면서 이슬람이 가지고 있는 신학적 모순점과 비 진리성에 관해 많은 연구를 했으며 적지 않은 반박 자료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한때는 사역 현장의 여러 무슬림을 향해 이슬람이 가진 모순점과 허구성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도 했고, 기독교의 우월성과 진리를 피력하면서 복음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필자의 이런 전도 방법은 꾸란도 제대로 읽지 않아서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조차 판단할 수 없는 가운데 오직 맹신으로만 평생을 살아 온 그들을 단 한 명도 그리스도 앞으로 인도하지 못했다.
그때 그들은 오히려 필자의 논리적인 반박에 자기들의 모순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결코 그들은 그리스도 앞으로 나오지 않았으며 오히려 필자를 반박할 구실을 찾아 다시 논쟁하려는 노력만이 되풀이되었을 뿐이었다. 당시 필자의 접근 방식은 마치 그들의 잘못되고 모순된 점들을 끊임없이 지적하고, 밝혀내고, 심지어 부끄럽게까지 해서 이제 그 길로부터 돌아서라는 의도였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그들을 불편하게만 했을 뿐 그들을 변화시키지 못했고, 복음의 열매를 거두지 못했다.
(사진 설명: 이슬람권 현지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기독교인들)
2. 매파와 비둘기파 사역자들?
지금 국내를 포함해서 이슬람권에서 일하는 우리 선교사들은 두 가지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그냥 우스갯소리로 이른바 ‘매파’로 불리는 사역자들의 견해인데, 이분들에 의하면, 이슬람은 매우 위험한 종교이므로 모든 교회와 기독교인은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영적 무장을 단단히 해야 한다.또 다른 하나는 소위 ‘비둘기파’로 불리는 사역자들의 견해인데, 매파 사역자들과는 정반대 견해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비둘기 파 사역자들은 매파 사역자들이 기독교인들에게 강한 이슬람 포비아(Phobia:공포증/혐오증)를 조성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날 공개석상에서 뜻하지 않게 필자에게 매파 소속인지, 비둘기파 소속인지를 물어 온 질문이 있었다. 이런 질문이 언젠가는 필자에게도 올 것을 예상하면서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우문愚問에 현답賢答으로 답할 수 있었다. 즉, 필자의 당시 대답은 매파도 비둘기파도 아닌 바로 ‘매-비’파였다. 당시 거기에 있던 사람들 모두 폭소를 터뜨렸지만 사실 그때 필자의 대답은 농담 같은 진담이었다.
즉, ‘매-비’파라는 의미는 기독교를 적대시하며 교란하는 이슬람에 공격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매파 사역자들의 생각처럼 영적으로 깨어서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아무것도 모르고 이슬람이 옳다고 굳게 믿으며 살아가는 모든 무슬림을 향해서는 진정한 친구로 다가가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동시에 몸소 보여주신 그분의 사랑을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글을 마치면서
우리 한국교회에서 보면 이슬람 세계의 라마단은 분명 이질적인 신앙을 가진 이슬람 교인들에 의해 치러지는 연례 종교행사이다. 이 기간이 되면 전 세계 강성 이슬람주의자들은 라마단 기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알라 앞에서 모든 무슬림의 회개와 영적 각성을 이끄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복음 전도 현장에서 팽팽한 영적 긴장감이 감도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보는 라마단은 전 세계 15억이 넘는 이슬람 신앙을 가진 사람들의 명절 기간이기도 하다. 석가탄신일을 맞이한 불교 신자들을 향해 우리가 영적 전쟁을 선포하고 조심하라고 얘기하지 않는 것처럼, 해외 선교 현장을 포함해서 국내 선교 현장에서도 이제 이웃이 되어 살아가기 시작한 무슬림들을 향해서도 그들의 삶과 신앙에 대한 마음으로부터의 존중과 행동으로부터의 배려는 분명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그들을 향한 우리의 진정한 존중과 배려는 우리의 가장 가치 있고 소중한 진리를 아끼지 않고 나누는 일이 되어야 한다.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그들에게 우리가 소유한 최고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나누어 주려는 우리 모두의 간절함이 바로 존중과 배려를 통해서 복음 전도로 나타나야 한다.
그러므로, 지금 국내 곳곳에서 선택의 자유도 없이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구원에 대한 기쁜 소식을 알지도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교회 밖에 삶의 현장에서 만나는 모든 무슬림 손님들은 지금 주님께서 한국교회로 보내주시고 우리에게 맡겨주신 사랑과 전도의 대상이다.
그리고, 이제 그들이 우리 한국교회와 모든 그리스도인을 통해서 그리스도를 만나 구원을 얻는 것은 하나님의 인도하심 속에서 하나님께서 허락하실 부분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그리스도인의 믿음과 순종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끝으로 이제 시작되는 올해의 전 세계 이슬람의 라마단 단식 절기를 지켜보면서, 하나님께서 진정으로 원하시는 단식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단지 율법의 복종만을 통해 확실하지도 않은 구원을 어렴풋이나마 기대하며 살아가는 모든 무슬림이 이사야서 말씀을 깨닫고 참 진리를 발견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보라 너희가 단식하면서 다투며 싸우며 악한 주먹으로 치는 도다. 너희의 오늘 단식하는 것은 너희 목소리로 상달케 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어찌 나의 기뻐하는 단식이 되겠으며 이것이 어찌 사람이 그 마음을 괴롭게 하는 날이 되겠느냐 그 머리를 갈대같이 숙이고 굵은 베와 재를 펴는 것을 어찌 단식이라 하겠으며 여호와께 열납될 날이라 하겠느냐. 나의 기뻐하는 단식은 흉악의 결박을 풀어 주며 멍에의 줄을 끌러 주며 압제당하는 자를 자유케 하며 모든 멍에를 꺾는 것이 아니겠느냐. 또 주린 자에게 네 식물을 나눠 주며 유리하는 빈민을 네 집에 들이며 벗은 자를 보면 입히며 또 네 골육을 피하여 스스로 숨지 아니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이사야 58:4~7)
[Think about it]
-라마단 단식 기간 매일 단식을 끝내고 이프타르 식사에 참여하는 무슬림 이웃들에게 오히려 우리가 정성스러운 음식 대접을 하는 것은 어떨까요?
-지금 이웃으로 살아가는 무슬림들을 향해 지속해서 옳지 않다고 부정적으로 얘기하면서 그들이 우리의 소중한 얘기를 들어줄 것으로 생각하시는지요?
-우리에게 지금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요? 그리고, 존중과 배려의 의미로 그 소중한 것을 무슬림 이웃들에게 나누는 것은 어떨까요?
=====
[각주]
[1] 무슬림 대부분은 라마단 기간 중 제27일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정확하지 않다. 그래서 이슬람 학자들은 제21일, 제23일, 제27일 혹은 제29일 밤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2] 이날을 가리켜 아랍어에서 운명 혹은 권능의 뜻을 가진 ‘까드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이는 우리 말 번역에서 ‘권능’의 밤으로 부르고 있지만, ‘운명’의 밤으로 불러도 좋을 것 같다. http://www.koreaislam.org/en/quran/?uid=725&mod=document.
[3] 무함마드의 언행록인 하디스에 의하면, 이 ‘운명’의 밤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운명의 밤에 읽는 꾸란의 ‘까디르(운명)’ 장은 꾸란 전체를 읽는 것 같은 가치를 가지며, 이날 밤은 한 달 내내 매일 밤 기도하고 예배하며 보내는 것도 더 가치가 있다”.
[4] 진실로 우리(하나님)는 권능(운명)의 밤에 계시(꾸란)를 내렸나니, 권능(운명)의 밤이 무엇인지 그대에게 알려주리라. 권능(운명)의 밤은 천 개월보다 더 좋으니 이 밤에 천사들과 가브리엘 천사가 주님의 명령을 받아 강림하여 아침 동녘까지 머무르며 평안하소서 라고 인사하더라(꾸란 97:1~5).
[5] 사람을 위한 복음으로 그리고 옳고 그름의 기준으로 라마단 달에 꾸란이 계시되었나니 그달에 임하는 너희 모두는 단식을 하라 그러나 병중이거나 여행 중일 경우는 다른 날로 대체하면 되니라. 하나님은 너희로 하여금 고충을 원치 않으시니 그 일정을 채우고 너희로 하여금 편의를 원하시니라. 그러므로 너희에게 복음을 주신 하나님께 경배하며 감사하라(꾸란 2:185).
*본 글에 대한 모든 권한은 집필자에게 있으며 영리 및 상업적 목적에 사용 시에는 반드시 허락을 받아야 하며, 그외 건전한 목적으로는 공유할 수 있습니다.
© Copy right.